독일어를 시간적으로 생각한다면 꽤 공부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어는 대화가 불가능한, 마치 배우지 않는 외국어와 다를 바가 없다. 기억에 남는 것은 ‘ein, eines, ein, … der des dem den, …’ 정도가 전부다.
오래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길을 물었다가 혼 줄이 빠지는 경험을 했다. 기껏 할 수 있는 기억을 떠올려 ‘Das ist Operhaus?’라고 질문했다. 지나던 사람은 너무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ja’라는 단어 이후는 전혀 알아 듣지 못하고 친절한 설명을 모두 놓쳐야 했다. 그런 슬픈 추억과 충격은 실망감에 독일어를 멀리하게끔 했다.
고등학교 2년, 대학에서 1년 간 독일어를 공부했다. 독일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독일어 전공할 생각도 했었다. DAAD라는 독일 정부에서 파견된 교수에게 칭찬 받을 만큼 독일어를 꽤 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나의 독일어는 처참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가장 큰 차이는 학교에서 선생님께 배운 독일어는 독일어가 아닌 한국식 독일어였다. 학교에서 배울 때는 또렷하게 ‘당케 쉔, 구텐 모르겐’이다. 그렇지만, 여행 중 만난 독일인은 ‘당커 쉔, 구턴 목언’이다. 특히 ‘r’ 발음이 불어의 ‘r’과 거의 같다는 것은 혼자서 공부하며 알게 되었다. 우리 교육 현장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화가 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거라는 기대는 않는다. 왜냐하면 여전히 그 선생님들이 그 자리에 계시거나 비슷한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처참한 경험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일어를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좋아하는 프랑켄 와인의 라벨도 잘 읽고 이해하면 좋겠고, 바그너 오페라의 극적인 감동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한동안 맥주에 빠져 독일을 자주 다녔고, 거의 매년 스위스 여행을 했지만, 독일어는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여행하는 동안은 소통의 문제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 사람이 영어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산골에서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를 만나도 영어를 한다. 그러다 보니 독일어권에는 독일어의 필요성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행이 아니라 생활을 하거나 공부를 한다면 달라지겠지만.
2년 전부터 시작한 독일어는 별 진전이 없다. 바벨로 공부하지만, 자극도 없고 조금은 형식에 식상함을 느낀다. 얼마 전, 슈베르트의 ‘한 떨기 장미꽃’으로 알려진 ‘Heidenröslein’을 수십 번 반복해 들었다. 가사를 보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방식에 좀 더 다양함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 자극이나 즉각적인 필요함이 절실하지 않으면 더 어렵다. 그래서 이 사이트가 나에겐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공부를 하는 동안 누군가 나와 함께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지만, 독일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거의 없을 듯하다. 심지어 고등학생조차도 성적을 위해 아랍어, 베트남어를 선택하는 현실이라니 더욱 없을 듯하다. 그래도 기대는 버리지 않는다.
함께 공부할까요?
답글 남기기